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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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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가 인터뷰] 예그린앙코르 ① “여백이 품고 있는 것이 많은 작품” <아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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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사이트 작성일15-08-13 조회1,38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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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그린앙코르 ①] “여백이 품고 있는 것이 많은 작품” <아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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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제 몸을 가지실 수 있겠지만, 평생 한을 품고 떠돌 제 마음은 갖지 못하실 겁니다."

한 여인이 저 앞에 꿇어앉아 하는 이야기에 왕의 얼굴은 아득히 굳어져만 간다. 왕도 갖지 못한 여인의 마음, 그 마음을 노리며 한 나라를 흔들리게 하는 이들. 올해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작품으로 최종 선정된 3편 중 하나인 <아랑가>가 쇼케이스 경연을 앞두고 연습이 한창이다.

지난 10일 찾은 <아랑가> 연습실엔 구성진 판소리, 현란한 피아노 연주,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장면을 이루어 나가고 있었다. 삼국사기에 수록된 전통 설화 '도미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작품은, 고구려와 백제의 전쟁 속에 처자 도림과 장군 도미의 갈등, 그리고 도미의 아름다운 부인 아랑을 사랑하게 된 개로왕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삶과 욕망, 그 덧없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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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랑가>는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작품으로 시작해 2014년 중국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안 시어터 스쿨스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올해 씨제이 크리에이티브마인즈 리딩 공연을 진행하는 등 탄탄한 개발 과정을 거쳐온 작품이기도 하다.

"공연을 한 번 올리고 리딩 공연을 거치면서 넘버도 추가되고, 점점 발전된다는 의미가 저희에겐 좀 더 남다른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관객들이 받아들일지 궁금하고요."

작품을 쓰고 연출한 김가람은 과거 공연을 접한 이들의 의견을 참고해 이번 공연에서는 "좀 더 개로라는 인물에 집중할 수 있게 수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백제의 왕으로 작품의 중심에 서고 있는 개로는 꿈에서 본 여인과 꼭 닮은, 도미의 아내 아랑에게 반하는 인물이다. 어린시절 자신에게 내려진 저주와 불안한 대외 정세에 위기감을 느끼는 유약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올 초 리딩공연에 이어 박인배가 개로로 나선다.

남편 도미와의 사랑을 절개의 이름으로 지켜나가는 여인 아랑은 현재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활약 중인 김지현이 맡았으며, 아랑의 남편이자 백제의 장군으로 훗날 모함에 빠져 반역자가 되는 도미 역으로 안재영을 만날 수 있다. 고구려에서 백제로 파견된 첩자 도림 역은 임현수가 나서며, 진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어린 무사 사향 역의 이종찬, 어린 개로 역의 오지환, 그리고 판소리를 통해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도창 박인혜도 <아랑가>를 채우는 주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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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도창 박인혜, 김가람 연출, 이한밀 작곡가(왼쪽부터)


"작창이 여느 역사 뮤지컬과 <아랑가>가 다른 큰 차별 지점"이라고 말하는 이한밀 작곡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올 초 리딩 공연을 통해서도 음악이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작창과 극중 해설자로 등장하여 판소리를 펼치는 박인혜는 "판소리나 국악을 활용하는 게 뮤지컬의 이슈 만들기로 그치지 않는걸 가장 주의했다."면서 "판소리와 서양 음악이 결이 다른 건 사실이고 대중지향적인 뮤지컬에 오히려 전통적인 소리가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판소리는 판소리답게 하면서 어떻게 뮤지컬에 녹아 들어갈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판소리는 사설을 통해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나열해 주는데, 이런 판소리를 통한 장면의 극대화가 극중 시공간 이동이나 사람을 살해하는 장면 등에서 잘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박인혜)

전체적으로 음악은 더욱 풍성해졌다는 것이 이한밀 작곡가의 설명이다. "처음엔 피아노 한 대로만 진행했던 작품인데 리딩 공연을 하면서 관악기 편성을 늘렸어요. 학교 공연에서는 양악과 국악을 분리했다면 리딩 공연에서는 이 둘의 결합을 중점에 둔 거죠. 작품의 결이 더 풍성해지고 확장된 느낌이 들어요."

탄탄한 개발 과정을 거쳐왔으며 그 중에서 좋은 결실들을 맺어온 <아랑가>는 이번 예그린앙코르 공연에 이어 좀 더 <아랑가>스러운 무대를 꿈꾸고 있었다.

"원래 500석 극장에서 시작한 공연이라 다시 그 정도의 규모로 넓혀가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하지만 <아랑가>가 인간 삶에 대한 회한을 이야기하는 작품이기에, 인간이 굉장히 작아 보이는 공간으로 가는 게 목표에요. 여백에 담긴 것이 더 많은 작품, 그런 <아랑가>가 되기를 바라거든요."(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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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로 분한 고구려 첩자 도림(임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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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창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박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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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김지현)과 백제의 왕 개로(박인배)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중요시 여긴다는 김가람 연출은 극중 인물들의 강한 운명을 침묵과 절제된 움직임으로 표현하려 노력 중이란다. 이한밀 작곡가가 "내가 참여한 작품들 중 엄마가 제일 좋아했던 공연"이라고 꼽으며 웃는다. 아마도 <아랑가>가 남녀노소를 불문한 인간의 한 모습을 고즈넉하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리라. 예그린앙코르 마지막 작품으로 선보일 <아랑가>는 오는 8월 23일 무대에 오른다. 예그린앙코르 본선 진출작 세 편 중 쇼케이스 경연을 통해 선정된 최종 한 작품은 문화예술진흥기금 1억 원과 충무아트홀 극장 대관 지원을 받게 된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난쟁이들> 등의 인기작이 과거 영광의 최종 선정작이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출처: 플레이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