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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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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들 인터뷰] 재미있게 고민하는 철학자, ‘그날들’ 배우 최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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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인사이트 작성일14-12-18 조회4,8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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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미있게 고민하는 철학자, ‘그날들’ 배우 최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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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컬처=정다훈 기자]

 
“‘재미 철학’ 까지는 아니고 내 인생 모토가 ‘재미있게 고민하자’였다. 고민은 해결을 하려고 하는 건데, 더 고민만 되면 안 되지 않나.
그런데 고민하는 것도 재미있다. 해결하면 더 재미있으니까. 어떤 고난이 몰려와도 재미로 이겨내는 편이다.”
故김광석이 불렀던 노래들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 < 그날들 >에서 대통령의 딸과 수행 경호원의 사라진 행방을 뒤쫓는 경호부장 '정학'
으로 돌아온 배우 최재웅을 만났다. 최재웅만의 평범하고도 특별한 ‘재미 철학’ 은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 더 화려하고 박력있게 돌아온 뮤지컬 <그날들>
Q, 무영에서 정학 역으로 돌아왔다. 인물이 달라지니, 대본 분석 방향도 달라지게 되나?
“아무래도 달라지는 부분이 있다. 현재 정학이 하는 말이 작년에 무영 역을 할 때 계속 듣던 말이라 이질감은 전혀 없다.
오히려 정학의 대사를 할 때, 더 잘 이해된다. 상대에게 듣던 말을 내가 직접 하게 되니, 그 대사를 어떻게 해야 더 명확하게
전달되는지 가늠이 돼 더 용이한 점이 있다.”
 
Q, 다음 공연에서는 다시 한번 ‘무영’ 역으로 돌아와도 재미있겠다.
“세번째 시즌에선 그녀를 해야지.(웃음) 아니면 상구나 대식 역도 매력 있어서 해보고 싶다.”
 
Q, 극 안에서 ‘정학’이라는 인물 비중이 ‘무영’ 보다 크다.
"비중이라기 보다는 정학이 무영보다 할 것이 많다. 정학이 무대에 나와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무영은 과거에만 있고 정학은
과거와 현재 장면 모두 등장 한다. 뭔가 체력적으로 더 힘들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괜찮다.
올해 너무 힘든 작품을 많이 했다. <머더발라드>는 몸을 많이 쓰는 작품이었고, <트레이스유>도 두 배우가 한시간 반을 이끌어가야
해서 쉽지 않았다. <헤드윅>도 두시간 동안 거의 혼자 해야 하는 게 많다. <그날들>의 정학도 이것 못지 않게 힘들 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그래도 즐겁게 하고 있다.“
 
Q, 두 번째 참여하는 <그날들>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초연 때 함께 했던 배우들도 있지만 새로운 배우들도 많다. 작품의 전체 기둥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배우가 달라지고 안무 감독(신선호)이
새롭게 들어오면서 안무가 더 화려해지고 박력 있어졌다. 전체적인 인상은 더 박력 있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 “‘정학’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인물”
 Q, 정학은 원칙주의자로 설명이 되는데, 배우가 보기엔 어떤 인물인 것 같나?
“원칙주의자로 설명이 되긴 하는데, 그것도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연습실에서 런스루 하며 ‘정학’을 보다보니 불쌍하다는 느낌,
되게 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에는 원칙주의자로 생각했는데 ‘정학’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자기에게 닥치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걸로 볼 수 있다. 정학이란 인물이 너무 착한 것 아닌가? 란 생각도 들었다.
공연을 하면 할수록, 정학이도 안쓰럽고, 무영이도 안쓰럽다는 느낌이 든다. 그녀, 대식이, 대통령 딸도 다 안쓰럽다. 김광석 음악이 가지고
있는 힘이 크기도 하고, 작품 자체가 쓸쓸한 분위기의 느낌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다가온다.“
 
Q, 2인자 인생을 사는 정학, 또 아빠와 닮은 정학의 딸이 나온다. 아빠로서는 딸을 어떻게 바라보나?
“딸 역시 1등을 못하니 2인자 인생이긴 한데, 아버지로서는 딸을 예쁘게 바라보고 있다. 물론 딸에 대한 감정 중 드라마 상 베이스로
가져가야 할 부분이 있긴 하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보여지는 장면이 한 장면 밖에 없다. 연습을 하면서 아빠로서 강하게 해보기도 하고,
부드럽게 타일러 보기도 해 봤는데, 배우가 어떻게 (감정을 정의 내리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드라마와 가장 어울리게 볼 수 있도록 보여줘
야 할 것 같다.”
 
Q,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직접 할 때는 초반에 무영이랑 초등학생처럼 투닥거리면서 노는 게 재미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장면도 좋고, ‘그녀’ 만나고 셋이
만나 부르는 넘버인 ‘너에게’를 부를 때도 좋다. 음악이 아름답다. 관객으로 볼 땐 대식이가 등장하는 장면이 재미있다. 이번에는
(김)산호보다 큰 (최)지호가 들어왔는데, 등치 큰 친구들 모습이 역할과 너무 잘 어울려 재미있다.”
 
Q, 작년에 김광석 음악을 가지고 만든 또 다른 뮤지컬 <디셈버>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혹시 봤나?
“ <디셈버>가 공연 될 때, 난 <머더 발라드>를 하고 있어서 못 봤다. 궁금해서 보러 가려고 했는데 결국 시간이 안 됐다. 그랬더니 이창용
배우가 공연 안 보러 왔다고 뭐라고 하더라.”
 
Q, <그날들> 초연을 본 관객이라면, 새로운 역할로 돌아오는 최재웅 배우에게 기대감이 더 클 것 같다.
“그런가? 초연을 봤던 관객이 제일 기대한다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 열심히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장유정 연출님이 모니터를 많이 하시는
편인데 그게 도움이 된다. 연출님의 그 모습이 배우들이 계속 긴장할 수 있게 한다. 오래 공연을 하다보면, 우리도 모르게 변형 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연출님이 자주 모니터를 하면서 그걸 짚어주시면 리프레시가 된다.”
 
■ 최재웅만의 평범하고도 특별한 ‘재미 철학’
Q, 간혹 간담회에서 보면, 세상에 통달한 눈빛을 보이더라.
“통달이라? 나이가 아직 서른 여섯으로 어리다. 날 아는 배우들이 내가 진지하게 나오는 걸 보면 웃는다. 같은 작품을 했던 배우들에게 물어
보면, 제가 쓸데없는 농담을 잘 하고, 가벼운 놈인 거 알텐데. 난 밝은 아이다.”
 
Q, 배우들의 간담회 현장 모습을 보면, 긴장해 있거나 아예 기자들에게 장난스럽게 되묻기도 하던데 최재웅 배우의 모습은 특이했다.
“기자간담회때는 질문이 잘 안 들어오니까 가만히 무표정으로 있다보니 그렇게 보였나보다. 내 무표정한 표정이 어둡게 보인다는 말은
들었다. 그런데 난 되게 긍정적이다. 늘 항상 기분이 좋다.
특이하지는 않고 평범한 편이다. 난 고민하는 걸 싫어한다. (남들 다 거치는 사춘기 때도 고민을 하지 않았나?) 없었다. 오히려 중고등학교
때가 재미있었다. 그 시절 에 철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엄마가 밥 주고, 난 친구들이랑 축구 혹은 농구하면서 놀면 됐으니까. 지금 같이
돈 벌 걱정 같은 건 안 해도 되니 좋았다. 그 때 마인드가 남아있어서 그런지 친한 사람과 있을 땐 되게 유치하게 논다.”
 
Q, 무한 긍정주의자 같다. 그러면 기운이 빠질 때도 없나?
“걱정이 있어도 고민을 별로 안 하는 편이다. 난 군대도 재미있었다. 공연 끝나고 나면 힘든 건 맞다. 그런데 또 힘든 느낌이 좋다. 기운이
빠질 땐? 없다. 음. 뭔가 할 일이 없을 때, 기운이 빠지긴 하는데 그때도 좋다. 쉬면 되니까. 어떤 고난이 몰려와도 재미로 이겨내는 편이다.”
 
Q, 좀 더 나이 들면, 최재웅 ‘재미 철학’ 강의가 나와도 좋겠다. 묘한 매력이 있다.
“말을 잘 하지 못해서 그런 건 못한다. 내가 남들보다 고민을 많이 하지 않는 건 확실하다. 물론 나도 사람인데 고민이 아예 없진 않다.
단지 고민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고민을 많이 해봤는데 바뀐 게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어차피 고민할 거면 막 인상
찌푸리고 고민하는 것보다 ‘재미있게 고민하자’였다. 고민은 해결을 하려고 하는 건데 더 고민만 되면 안 되지 않나 약간 그런 주의다.
그런데 고민하는 것도 재미있다. 해결하면 더 재미있으니까. 집안 분위기 영향도 있다. 부모님도 그렇고 형도 모두 유쾌한 사람들이라
그런 영향을 받은 것일 수 있다.
<그날들> 런쓰루를 봐도 너무 재미있고, 바뀐 친구들과 함께하니 또 재미있고, 관객들이 극장에 많이 찾아오시면 재미있고, 제가 공연 할
때 특히 더 많이 찾아주시면 재미있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웃음)“
 
■ “한글쓰기가 취미”
Q,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의 <천강에 비친 달>에서 세종 역으로 출연한다.
“먼저 세종문화회관에서 제의를 주셔서 하게 됐는데 부담스러워 죽겠다. 세종에 대한 무게감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부담감이다.
물론 콘서트 형식이라 길게 나오지는 않지만 잘 해내고 싶다.
이번 작품을 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연극, 춤, 미술, 음악 등이 다양하게 들어간다. 대학생
때는 그런 작업을 많이 해했다. 학생 때는 미술원 친구들, 음악원 친구들이랑 모여서 이런 작업을 자주 했는데, 사회 나와서는 그럴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 작업들이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와서 연습하니까 정말 좋다.
한글을 정말 좋아한다. 서예 글씨 쓰기, 혼자 펜글씨 쓰는 걸 좋아해서 여러 가지 문체로 한글을 써보는 걸 좋아한다. 한글을 만든 세종 대
왕 역을 위해 연출님이랑 공부도 많이 했다. 무대 위에서는 축약시켜서 보여주긴 하지만, 조선의 역사와 세종의 일대기, 집현전 공부를 엄청
했다. 그것도 재미있었다.“
 
Q, 배우들 중에는 ‘뮤지컬 배우 누구 누구입니다’ 이렇게 소개하기도 하던데, 본인은 어떻게 자기 소개를 하나?
“그냥 ‘최재웅 입니다’라고 소개한다.”
 
Q, 운동 말고 취미로 또 좋아하는 게 있다면?
“취미는 글씨쓰기 다.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씨를 쓰는거다. 한글 쓰기는 어렸을 때부터 취미였다. 아무 생각 없이 신문에 있는 글씨, 담배
케이스에 있는 글씨를 따라서 써봤다. 취미라고 하기 보다는 글씨를 예쁘게 쓰면 기분이 좋아져서 하는거다. 정자체로 글씨를 써보기도 하
고 획을 눕혀서 써보기도 하고 그랬다. 낙서하는 것도 좋아한다.”
 
■ “공연장의 냄새와 객석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Q, <헤드윅>공연도 함께 하고 있다. 헤드윅의 정석을 보고 싶으면 최재웅 배우 회차를 보라는 말도 있다.
“정석까지는 아니고, 대본에 충실하려고 한다. 공연에 배우의 색깔을 첨가하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닌데, <헤드윅> 같은 경우는 이미 대본이
잘 짜여져 있으니까 그것만 충실히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헤드윅>은 워낙 열려있는 작품이라 배우별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대본에도 상황에 맞게 변형 가능하다고 쓰여있다. 배우마다 특징이 있으니까, 기본은 대본대로 하고 표현은 또 다른 것도 있을 것이다.
<헤드윅>을 하고 나서, 맥주 한 컵 먹으면 밤에 잠도 잘 온다.”
 
Q, 다른 공연도 많이 보는 편인가? 긍정적이라 다 재미있게 볼 것 같다.
“공연을 보면 재미있다. 공연 보고 화를 내고 나온 적은 거의 없다. 어떤 작품이든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없는 것보다는 낫다
고 본다.”
 
Q, 극장 가기 전 어떤 기대감 같은 게 있나?
“뭔가를 기대하기 보다는 공연 시작 전 분위기, 그게 좋다. 공연 20분 전 공연을 기다리는 그 시간이 좋아서 극장에 간다. (그게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포함 되어 있는 것 아닌가?) 공연장의 냄새와 분위기가 좋다. 객석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공연장에 가면 로비에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공연 시작 전에 ‘웅성 웅성’ 거리는 게 좋다. 그러다 표를 받고 공연 시작, 20분전, 10분전 분위기가 달라지다 한순간 조용해진
다. 이런 느낌을 좋아한다는 게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포함 되어 있는 것 같다.”
 
Q, 배우로 무대에 설 땐 느낌이 달라지겠다.
“무대 위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느낌이 더 익숙한데 배우로서는 무대 위 순간이 순간이 재미있다. 공연을 할 땐 어쨌든 집중을
해야 하니까 긴장감도 물론 있다. ‘재미’를 따로 정의 내릴 순 없지만, 축구할 때, 달리기 할 때 그런 느낌과 비슷하다.”
인터뷰를 마치며 최재웅은 “<그날들>에 모인 사람들이 궁합이 너무 좋아 즐겁게 연습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어 “인터뷰를 곰곰이 종합해
보니까 ‘최재웅은 생각이 없는 사람이야’라고 결론 내릴 수도 있겠다. 하하. 그런데 이게 내 재미론이라면 재미론이다.”